'40년 詩 외길' 최문자, 생애 첫 산문집 내놨다

입력 2022-03-28 19:07   수정 2022-03-29 00:30

등단 40년을 맞은 최문자 시인(79)이 신작 시집 《해바라기밭의 리토르넬로》(민음사)와 생애 첫 산문집 《사랑은 왜 밖에 서 있을까》(난다·사진)를 같이 펴냈다.

《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》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이번 시집은 한층 깊어진 시인의 사랑에 대한 탐구를 보여준다. 죽음과 상실로 인한 슬픔과 고통이 중심에 자리한 가운데 시인은 이를 성찰하고 숙성해 더 높은 경지로 승화시킨다.

‘단추들이 열리고 무엇이 사소하게 사라지는 것이라고/죽음을 그렇게 이해할 수 없었다/남편은 산 바깥으로 공을 넘기고 있었다/나는 죽음을 왜 자꾸 산맥이라 부르고 싶은가?’(‘공을 이해하기’ 중).

시집에 실린 시 곳곳에 남편을 비롯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담았다. 하지만 시인은 허무에 빠지지 않는다. 더 큰 사랑으로 이겨낸다. 그가 말하는 사랑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공동체적 사랑으로 승화한다. 그리고 신이라는 종교적 층위까지 넘나든다.

산문집에서 그는 ‘여덟 살 거지 소녀’였던 경험을 들려준다. 6·25 전쟁이 터진 직후였다. 피란길에 가족과 헤어진 그는 충북 청원군 현도면 양지리라는 곳에서 밥을 빌어먹었다. 9개월 만에 어머니와 재회했지만 어머니는 서울 집으로 데려가지 않고 오히려 그 동네에 좋은 집을 샀다. 자기 딸이 거지가 아니라는 것을 마을 사람들에게 확실히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.

시인은 “이곳은 도시적 삶을 살면서도 나의 시가 시골스러운 정서와 자연에 대한 서정을 갖게 한 중요한 모티프였다”며 “고향은 아니었지만 고향 이상의 문학적 토양이 되는 곳”이라고 했다.

폐암에 걸려 폐의 3분의 1을 잘라낸 경험, 갑작스레 남편을 떠나보낸 슬픔도 들려준다. “한 편의 시를 여러 번 깊이 읽었음에도 여전히 단일한 의미, 단일한 해석이 내려진다면 그 시는 비밀을 갖지 못한 것”이라고 시에 대한 생각도 말한다.

1982년 서른아홉의 나이로 등단한 그는 아홉 권의 시집을 내고 한성기문학상, 박두진문학상, 신석초문학상 등을 받았다. 협성대 총장을 지냈다.

임근호 기자 eigen@hankyung.com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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